삼계탕은 왜 복날에 먹어야 할까? 여름 보양식의 변화 (복달임 풍습, 계삼탕 명칭, 보양식 정착)

최근 외할머니 생신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찾아뵈었습니다. 외할머니께서는 갈 때마다 커다란 갈비와 삼계탕, 꽃게를 넉넉하게 차려주시는데, 이번에는 삼계탕을 메인으로 준비해 가족 한 사람마다 닭 한 마리씩 담아주셨습니다. 음식도 맛있지만 손이 워낙 크셔서 외할머니 댁에 다녀오는 날이면 배가 터질 만큼 먹었던 기억이 남습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고, 뜨거운 국물과 부드러운 닭고기를 먹다가 문득 복날의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복날 음식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삼계탕을 떠올리지만, 이 조합이 아주 먼 옛날부터 이어진 것은 아닙니다. 복달임이라는 오래된 풍습 위에 닭 사육, 인삼 유통, 외식 문화의 변화가 겹치면서 오늘날의 삼계탕이 대표 보양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복날 음식보다 먼저 있었던 복달임 풍습삼복은 초복,..

음식과 식문화

칫솔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 (치아 청소 막대, 동물 털 솔, 나일론 전환)

어렸을 때 양치를 잘 하지 않다가 치과에 간 적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는 치료 중 움직일 수 있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미리 온몸을 고정했고, 아파하자 '꾀병 부리지 말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자라고 나서야 마취가 잘 듣지 않는 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도 당시의 치료 장면을 떠올리면 말 그대로 치가 떨릴 만큼 치과에 대한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런 기억 때문에 매일 손에 쥐는 칫솔이 새삼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가느다란 손잡이 끝에 촘촘한 솔이 달린 지금의 칫솔은 처음부터 이 모습이 아니었으며, 나뭇가지와 동물 털을 거쳐 합성섬유로 바뀐 긴 생활 도구의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칫솔보다 먼저 사용된 치아 청소 막대사람들은 칫솔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치아에 붙은 찌꺼기를 제거했습니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생활도구의 유래

휴지는 언제부터 화장실에서 쓰였을까? (종이 이전의 재료, 중국의 기록, 두루마리의 등장)

예전에 할머니 집 화장실은 물을 내리는 방식이 아닌 푸세식 화장실이었습니다. 냄새도 많이 나고 안쪽이 무서워서 화장실 대신 밭에 가서 볼일을 보곤 했습니다. 그러다 휴지가 모자라면 주변에 있던 콩잎으로 닦았습니다. 의외로 잎이 부드럽고 사용하기도 괜찮아서, 그때는 별다른 불편 없이 자연에서 구한 재료를 휴지처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기억을 떠올리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종이로 몸을 닦았으며,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두루마리 휴지는 언제 등장했을까요? 두 질문의 답은 같은 시점에 있지 않습니다.휴지라는 말과 물건은 같은 역사가 아닙니다우리는 화장실에서 쓰는 종이를 흔히 '휴지'라고 부릅니다. 국립국어원의 한국어기초사전에서는 '화장지'를 더러운 것을 닦는 데 쓰는 얇은 종이로 설명..

생활도구의 유래

빨대는 어떻게 풀줄기에서 일회용 음료 도구가 되었을까? (고대 음용관, 종이관 특허, 플라스틱 전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컵 뚜껑에 빨대가 꽂힌 채 음료를 건네받을 때가 많습니다. 저는 음료를 마시면서 빨대 끝을 잘근잘근 씹는 버릇이 있습니다. 끝부분이 눌리고 납작해진 빨대는 자연스럽게 제 컵을 표시하는 표식이 되었습니다. 여러 잔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놓여 있어도 어느 것이 제 음료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음료와 함께 버리는 가벼운 부속품처럼 보이지만, 빨대의 출발점은 속이 빈 풀줄기와 긴 음용관이었습니다. 자연에서 얻은 줄기가 종이관 특허를 거쳐 플라스틱 일회용품이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음료의 성질, 위생 관념, 대량생산 기술과 외식 문화의 변화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빨대라는 이름에는 풀줄기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한국어의 빨대는 액체를 빨아 마시는 데 사용하는 가늘고..

생활도구의 유래

거울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 (광택 금속, 유리 은도금, 화장 문화)

양치를 하거나 샤워를 하면서 거울을 보고 '고놈 참 잘생겼네' 혹은 '예쁘네'라고 말해 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입니다.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저만 그런 것 같네요. 문득 양치를 하다가 매일 보는 거울은 언제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욕실 벽에 붙은 평평한 유리판은 너무 익숙해서, 한때 거울이 귀한 금속 공예품이었다는 사실을 쉽게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거울의 역사는 얼굴을 비추는 재료를 찾아온 과정인 동시에,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생활 습관이 변해 온 과정입니다. 광택을 낸 돌과 청동에서 유리 뒤의 수은과 주석, 다시 은도금과 알루미늄으로 이어진 변화를 따라가면 오늘날 거울의 구조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유리가 아니라 매끈한 면이 거울을 만든다거울은 빛이 일정한 방향으..

생활도구의 유래

목욕탕은 어떻게 동네의 쉼터가 되었을까? (대중목욕의 확산, 온천 문화, 찜질방의 등장)

저는 찜질방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뜨끈한 탕에서 목욕하고 찜질까지 마친 뒤 바나나 우유를 먹으면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느슨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어릴 때는 할머니, 동생과 셋이서 동네 온천에 가곤 했습니다. 이름은 온천이었지만 시설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 온천수를 받아 둔 탕에 가까웠고, 물이 무척 뜨거워 저는 참고 들어가도 동생은 거의 탕 밖에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목욕탕의 기억에는 물의 온도만 남지 않습니다. 함께 간 사람, 탈의실에서 기다리던 시간, 목욕 뒤에 마신 음료까지 한 묶음이 되어 목욕탕을 동네의 쉼터로 기억하게 합니다.씻는 일과 목욕탕의 역사는 같지 않습니다사람이 몸을 씻는 행위는 목욕탕이라는 건물보다 훨씬 오래되었습니다. 별도의 욕실이 드물었던 시기에는 날씨가 따뜻할 때 냇가..

생활문화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