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면 정말 모기도 입이 비뚤어질까? 속담의 역사 (절기 풍속, 모기 활동, 늦더위 변화)

요즘 날씨는 무진장 덥고 습합니다. 곧 처서가 다가오니 열기가 조금이라도 꺾이기를 바라게 되지만, 지난해 처서 무렵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이어졌습니다. 달력에는 가을 절기가 적혀 있는데 창밖에서는 한여름 같은 열기가 계속되면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부터 의심하게 됩니다. 처서가 되면 모기가 갑자기 힘을 잃는다는 말은 과연 실제 현상을 설명한 것일까요. 이 속담은 특정 날짜의 기온을 보장하는 예보라기보다, 늦여름의 변화를 오랫동안 관찰한 사람들이 만든 계절의 압축 기록에 가깝습니다. 처서의 기준과 옛 풍속, 모기 활동을 좌우하는 조건, 길어지는 늦더위까지 함께 놓고 보면 속담이 생겨난 이유와 오늘날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선명해집니다.처서는 하루의 날씨를 맞히는 예보가 ..

말·풍습·상징의 유래

장례식 국화꽃은 언제부터 애도의 상징이 되었을까? (전통 장례, 헌화 문화, 흰색의 의미)

최근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어렸을 때 잠시 할머니 집에서 살았고, 방학마다 놀러 갔으며, 돌아가시기 전에는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기도 했습니다. 마음을 추스르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장례식에는 수많은 친척과 사람들이 찾아왔고, 가족들이 모두 기독교인이라 절을 하는 대신 국화꽃을 앞에 두고 기도하거나 예배를 드렸습니다. 영정 앞에 놓인 흰 꽃을 보며 왜 장례식 국화꽃이 애도의 표준처럼 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 배경에는 오래된 한 가지 전통보다 동아시아의 국화 상징, 유럽의 묘지 문화, 근대 장례식장의 변화가 여러 겹으로 쌓여 있습니다.국화는 처음부터 죽음의 꽃이 아니었습니다국화는 동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재배되고 감상된 가을꽃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문인 문화에서는 매화·난초·대나무와 ..

말·풍습·상징의 유래

생일미역국은 왜 특별한 날의 국이 됐을까? (삼신상, 산후 식문화, 가족 의례)

생일 아침 식탁에는 케이크보다 먼저 따뜻한 미역국이 놓이는 집이 많습니다. 축하 음식이라기에는 소박하지만, 미역국이 빠지면 왠지 생일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미역국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생일에는 케이크보다 미역국을 더 기다렸고, 부모님과 따로 살게 된 지금도 생일이 되면 본가에 내려가 어머니의 미역국을 꼭 챙겨 먹습니다. 생일미역국은 어느 한 사람이 만든 기념 음식이 아닙니다. 출산 직후 산모가 먹던 첫국밥, 아기와 산모의 안녕을 빌던 삼신상, 해마다 태어난 날을 기억하는 가족 의례가 오랜 시간 이어지며 만들어진 생활문화에 가깝습니다.생일미역국의 출발점은 생일보다 출산이었습니다한국의 전통 출산 풍속에서는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흰밥과 미역..

음식과 식문화

MBTI 뜻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름의 의미, 융의 유형론, 네 지표의 형성)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성인이 된 뒤 지금까지 MBTI 검사를 하면 늘 INFJ가 나왔습니다. 각 지표의 수치가 양쪽에 비슷하게 걸치거나 어느 한쪽이 조금 높게 나올 때도 있었지만, 네 글자의 조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유형이 계속 나오는 점이 신기해 각 지표를 더 세분화한 검사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INFJ라는 결과만큼 궁금해진 것은 MBTI 뜻과 네 글자가 만들어진 방식이었습니다. MBTI는 최근에 등장한 인터넷 성격 놀이처럼 보이지만, 그 이론적 뿌리는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늘날 익숙한 네 글자는 융의 유형론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캐서린 브릭스와 이저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오랜 시간 재구성한 결과입니다.MBTI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겼을까MBTI는 'My..

말·풍습·상징의 유래

축의금은 왜 홀수로 낼까? 10만원이 예외가 된 과정 (부조 관습, 숫자 인식, 화폐 변화)

저는 군 복무를 해병대에서 했습니다. 예전에 해병대 맞선임의 결혼식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갔다가 식장에서 쥐구멍에 숨고 싶을 만큼 민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있는 돈 없는 돈을 모아 축의금을 냈습니다. 옷차림에 대한 후회와 별개로, 부족한 살림에서 봉투를 마련했던 기억은 오래 남았습니다. 그 봉투를 준비하며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축의금은 왜 3만원, 5만원, 7만원처럼 홀수로 내면서 짝수인 10만원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일까요.축의금의 시작은 현금보다 부조에 가깝다축의금의 바탕에는 '부조'라는 상호부조 관습이 있습니다. 부조는 혼례나 장례처럼 한 집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큰일이 생겼을 때 이웃과 친족이 물품, 노동력 또는 돈을 보태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옛 향..

말·풍습·상징의 유래

태극기 건곤감리 뜻은 어떻게 자리 잡았을까? (사괘 상징, 음양의 조합, 도안 변천)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태극기를 그려 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그림을 할머니께 보여드렸더니 할머니는 집 대문에 손주가 그린 태극기를 붙여 두셨습니다. 다른 상들은 그냥 두셨는데 그 태극기만은 유난히 어여삐 보셨던 듯합니다. 당시에는 빨간색과 파란색을 둥글게 칠하고 네 모서리의 검은 선을 틀리지 않게 그리는 데만 마음을 썼습니다. 그러나 네 모서리를 자세히 보면 어느 괘도 모양이 같지 않습니다. 태극기 건곤감리 뜻을 이해하려면 하늘·땅·물·불이라는 이름뿐 아니라, 이어진 선과 끊어진 선이 어떻게 음양의 변화를 나타내는지도 함께 읽어야 합니다.네 모서리의 건곤감리는 무엇을 뜻할까태극기를 정면에서 보았을 때 왼쪽 위에는 건괘, 오른쪽 아래에는 곤괘가 놓입니다. 건은 하늘을, 곤은 땅을 상징하며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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