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사진
휴지 사진

 

예전에 할머니 집 화장실은 물을 내리는 방식이 아닌 푸세식 화장실이었습니다. 냄새도 많이 나고 안쪽이 무서워서 화장실 대신 밭에 가서 볼일을 보곤 했습니다.

 

그러다 휴지가 모자라면 주변에 있던 콩잎으로 닦았습니다. 의외로 잎이 부드럽고 사용하기도 괜찮아서, 그때는 별다른 불편 없이 자연에서 구한 재료를 휴지처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기억을 떠올리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종이로 몸을 닦았으며,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두루마리 휴지는 언제 등장했을까요? 두 질문의 답은 같은 시점에 있지 않습니다.

휴지라는 말과 물건은 같은 역사가 아닙니다

우리는 화장실에서 쓰는 종이를 흔히 '휴지'라고 부릅니다. 국립국어원의 한국어기초사전에서는 '화장지'를 더러운 것을 닦는 데 쓰는 얇은 종이로 설명하며, '휴지'를 같은 뜻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휴지가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묻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을 나누어야 합니다. 이미 존재하던 종이를 용변 뒤에 사용한 시점, 화장실용 종이가 별도의 상품으로 판매된 시점, 종이가 두루마리와 절취선 구조를 갖춘 시점은 서로 다릅니다.

 

따라서 휴지에는 한 명의 발명가와 하나의 발명 연도를 붙이기 어렵습니다. 종이라는 재료가 새로운 용도를 얻고, 낱장 상품이 되고, 다시 일정한 크기로 잘라 쓰는 두루마리 제품으로 바뀐 긴 과정에 가깝습니다.

핵심 요약: 종이를 닦는 데 사용한 역사와 오늘날의 두루마리 휴지가 만들어진 역사는 구분해서 보아야 합니다.

종이 이전에는 주변 재료가 곧 닦는 도구였습니다

종이를 쉽게 구할 수 없던 시대에는 어느 지역에서나 똑같은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물이 가까운 곳에서는 물로 씻었고, 주변 환경에 따라 잎과 풀, 짚, 천 조각, 나무, 돌과 깨진 토기 조각 같은 재료가 이용되었습니다.

 

고대 로마의 문헌에는 막대 끝에 해면을 단 도구가 등장하지만, 이것이 사람의 몸을 닦는 용도였는지 화장실 시설을 청소하는 도구였는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중국 서북부 실크로드의 옛 역참 화장실에서는 천을 감은 나무와 대나무 막대가 발견되었고, 인체의 배설물 흔적과 기생충이 확인되었습니다.

 

할머니 집 근처 밭에서 콩잎을 사용했던 경험도 이런 생활 방식과 닿아 있습니다. 푸세식 화장실이나 야외에서는 주변의 부드러운 식물이 임시 도구가 될 수 있었지만, 배관과 변기가 연결된 화장실에서는 물에 젖어 쉽게 풀어지는 종이가 훨씬 다루기 편했습니다.

핵심 요약: 종이 이전의 닦는 재료는 지역의 식물, 물, 생활 공간과 화장실 구조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중국의 기록은 사용과 전용 생산을 구분해 보여 줍니다

화장실에서 종이를 사용했다는 가장 이른 기록으로 자주 언급되는 자료는 6세기 중국 학자 안지추의 글입니다. 그는 589년 무렵 유교 경전의 문구나 성현의 이름이 적힌 종이는 화장실 용도로 쓰지 않겠다는 취지의 문장을 남겼습니다.

 

이 문장은 당시 종이를 용변 뒤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지만, 589년에 화장실 전용 휴지가 발명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글이 적힌 종이와 그렇지 않은 종이를 구별했다는 점에서, 이미 주변의 종이를 닦는 용도로 다시 쓰는 관행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9세기에는 중국인이 용변 뒤 물로 씻지 않고 종이로 닦는다는 외부 여행자의 기록도 나타납니다. 14세기 초에는 화장실용 종이가 대량으로 생산되었다는 기록이 전하며, 1393년에는 명나라 홍무제의 황실을 위해 향을 입힌 부드러운 종이 수천 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종이의 사용이 재활용 수준에서 전용 생산품으로 옮겨 가는 변화가 기록에 드러난 것입니다.

핵심 요약: 589년의 기록은 종이를 닦는 데 사용한 흔적이며, 14세기 기록에서는 화장실용 종이의 대량 생산과 황실용 고급 제품이 확인됩니다.

낱장 상품에서 두루마리로 바뀐 까닭

서양에서 화장실용 종이가 독립된 상품으로 등장한 시점은 훨씬 뒤입니다. 미국의 조지프 게이티는 1857년 화장실용 약용 종이를 판매했는데, 이 제품은 두루마리가 아니라 일정한 크기로 잘라 포장한 낱장이었습니다.

 

두루마리의 핵심은 종이를 둥글게 감는 것만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쉽게 떼어 내는 구조에 있었습니다. 세스 휠러는 1871년 종이 두루마리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내어 분리하는 방식을 특허로 등록했고, 1883년에는 가운데 관으로 지지되는 두루마리 구조를 제시했습니다.

 

1891년 휠러가 등록한 특허에는 부드러운 화장실용 종이를 연결된 두루마리로 감고, 한 장씩 손상 없이 떼어 낼 수 있도록 절개선을 배치하는 방식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종이, 절취선, 심지와 거치대가 한 체계로 결합되면서 오늘날 두루마리 휴지와 가까운 형태가 완성되었습니다.

핵심 요약: 1857년의 상업용 휴지는 낱장이었고, 1871년 이후의 절취 기술과 1891년 특허를 거치며 현대적인 두루마리 구조가 자리 잡았습니다.

푸세식 화장실의 기억이 알려 주는 것

할머니 집의 푸세식 화장실이 냄새나고 무서워 밭으로 갔던 기억, 휴지가 부족할 때 콩잎으로 닦았던 기억은 오래전 생활 도구의 선택 방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람은 언제나 가장 가까이 있고 몸에 덜 거친 재료를 골라 사용해 왔습니다.

 

콩잎이 부드러웠다는 개인의 기억이 휴지의 기원을 증명하는 자료는 아닙니다. 다만 종이 이전의 사람들이 왜 잎, 풀, 천, 나무 막대와 물처럼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했는지 이해하게 해 주는 생활의 단서가 됩니다.

 

휴지가 언제 만들어졌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날짜가 함께 필요합니다. 종이를 닦는 데 사용한 기록은 589년 중국에서 확인되고, 별도로 판매된 상업용 화장실 종이는 1857년에 등장했으며, 오늘날과 가까운 절취식 두루마리는 1891년 특허에서 분명한 구조를 갖추었습니다.

핵심 요약: 휴지는 한 번에 발명된 물건이 아니라 주변 재료의 사용, 종이의 보급, 전용 상품과 두루마리 기술이 차례로 겹쳐 만들어진 생활 도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휴지는 중국에서 589년에 발명된 것인가요?

589년은 종이를 화장실 용도로 사용했다는 이른 기록이 남은 시점입니다. 그해에 전용 휴지가 처음 발명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당시에는 이미 있던 종이를 닦는 용도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두루마리 휴지는 누가 처음 만들었나요?

조지프 게이티는 1857년 낱장 형태의 상업용 화장실 종이를 판매했습니다. 세스 휠러는 1871년부터 절취식 종이 두루마리 기술을 발전시켰고, 1891년 현대적인 절취식 화장실용 두루마리 특허를 등록했습니다.

종이 이전에는 모두 잎으로 닦았나요?

지역과 생활환경에 따라 사용한 재료가 달랐습니다. 잎과 풀뿐 아니라 물, 천, 짚, 나무와 대나무 막대, 매끄러운 돌과 토기 조각 등이 이용되었습니다.

참고자료

National Geographic - What did people do before toilet paper?

HISTORY - All the Ways We've Wiped: The History of Toilet Paper and What Came Before

Hagley Museum and Library - Toilet Paper: The Great Debate

New York State Empire State Plaza - First Modern Perforated Toilet Paper Roll

Google Patents - US465588A Toilet-paper roll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 화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