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8은 왜 행운일까? 블랙핑크 8월 8일 데뷔가 눈에 띄는 이유 (중국의 길상수, 기독교 상징, 데뷔 날짜)

보통 '행운의 숫자'를 떠올리면 7이 먼저 생각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교적 전통이나 완전함의 이미지와 연결된 숫자라서 익숙하지만, 문화권을 바꾸면 8이 그만큼 강한 길상수로 등장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숫자 8이 어디서나 같은 이유로 좋은 숫자가 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중국 문화에서는 부와 번영을 떠올리게 하는 발음이 큰 영향을 주었고, 기독교 전통에서는 일곱 날의 주기를 넘어서는 '여덟째 날'이 부활과 새로운 생명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발전했습니다. 여기에 2016년 8월 8일이라는 블랙핑크의 데뷔 날짜를 놓으면 8이라는 숫자가 더욱 눈에 들어옵니다. 다만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데뷔 날짜 자체이며, YG엔터테인먼트가 숫자 8의 길상 의미 때문에 그날을 선택했다는 설명은 확인되지 않으므로 사실과..

말·풍습·상징의 유래

카르페 디엠은 왜 ‘현재를 즐겨라’라는 뜻이 됐을까? (호라티우스 송가, 라틴어 원뜻, 현대적 해석)

나는 중학생 때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을 처음 알았습니다. 당시에는 '오늘을 붙잡아라', '현재를 즐겨라'라는 뜻으로 배웠는데, 그 말이 꽤 마음에 들어 한동안 카카오톡 프로필에 적어 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라틴어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카르페 디엠은 원래부터 한국어의 '현재를 즐겨라'와 정확히 같은 문장은 아닙니다. '카르페'에는 꽃이나 열매를 따고 거둔다는 감각이 있고, '디엠'은 말 그대로 '하루'를 가리킵니다. 최근에는 차인표가 키팅 역을 맡은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소식을 보면서 이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작품 속에서는 자신의 목소리와 선택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라는 의미가 강하게 겹쳐지고, 공연이 끝나는 9월 13일에는 한번 직접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카르페 디엠의 ..

말·풍습·상징의 유래

세뱃돈 유래, 설날에 돈을 주는 풍습은 어떻게 자리 잡았을까? (세배 풍습, 초기 기록, 선물의 변화)

어린 시절 세뱃돈을 받는 순간은 늘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머니 손에 맡기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는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지만, 그마저 어김없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조금 자란 뒤에도 세뱃돈은 아이들에게 아주 커다란 설날 행사처럼 느껴집니다. 외가에서는 극구 괜찮다고 말씀드려도 20대 중반까지 세뱃돈을 손에 들려주시곤 했습니다. 하지만 설날 세배와 세뱃돈이 처음부터 한 묶음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세배와 덕담은 오래된 풍습이지만, 아이가 절을 하고 현금을 받는 모습은 비교적 근대에 분명하게 나타납니다.세뱃돈보다 오래된 것은 세배와 덕담이었습니다세배는 새해를 맞아 웃어른을 찾아가 절하고 안녕을 기원하는 인사입니다. 여기서 '세'는 한 해를 뜻하고 '배'는 절을 뜻하므로, 세배는 새해에 올리는..

말·풍습·상징의 유래

밈은 어떻게 유행어가 됐을까? 장원영 럭키비키가 퍼진 과정 (용어의 탄생, 온라인 확산, 패러디 문화)

밈 하면 장원영의 '럭키비키'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어느 순간 인터넷 방송과 커뮤니티에서 보이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의 평범한 대화에도 섞일 만큼 빠르게 퍼졌고, 한동안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개구리 페페처럼 인터넷에서 반복해 변형되는 이미지가 있었고, 국내에서는 '무한도전'이나 '개그콘서트'에서 나온 장면과 말이 다시 사용되는 모습도 익숙했습니다. 제 기억 속 밈은 이렇게 세대마다 모습만 달리하면서 계속 유행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밈은 처음부터 인터넷 유행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이 만든 표현이 다른 사람에게 복제되고, 조금씩 변형되다가 원래 맥락을 모르는 사람까지 사용하게 되는 과정이 쌓이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인터넷 밈의 형태..

말·풍습·상징의 유래

처서가 지나면 정말 모기도 입이 비뚤어질까? 속담의 역사 (절기 풍속, 모기 활동, 늦더위 변화)

요즘 날씨는 무진장 덥고 습합니다. 곧 처서가 다가오니 열기가 조금이라도 꺾이기를 바라게 되지만, 지난해 처서 무렵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이어졌습니다. 달력에는 가을 절기가 적혀 있는데 창밖에서는 한여름 같은 열기가 계속되면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부터 의심하게 됩니다. 처서가 되면 모기가 갑자기 힘을 잃는다는 말은 과연 실제 현상을 설명한 것일까요. 이 속담은 특정 날짜의 기온을 보장하는 예보라기보다, 늦여름의 변화를 오랫동안 관찰한 사람들이 만든 계절의 압축 기록에 가깝습니다. 처서의 기준과 옛 풍속, 모기 활동을 좌우하는 조건, 길어지는 늦더위까지 함께 놓고 보면 속담이 생겨난 이유와 오늘날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선명해집니다.처서는 하루의 날씨를 맞히는 예보가 ..

말·풍습·상징의 유래

장례식 국화꽃은 언제부터 애도의 상징이 되었을까? (전통 장례, 헌화 문화, 흰색의 의미)

최근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어렸을 때 잠시 할머니 집에서 살았고, 방학마다 놀러 갔으며, 돌아가시기 전에는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기도 했습니다. 마음을 추스르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장례식에는 수많은 친척과 사람들이 찾아왔고, 가족들이 모두 기독교인이라 절을 하는 대신 국화꽃을 앞에 두고 기도하거나 예배를 드렸습니다. 영정 앞에 놓인 흰 꽃을 보며 왜 장례식 국화꽃이 애도의 표준처럼 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 배경에는 오래된 한 가지 전통보다 동아시아의 국화 상징, 유럽의 묘지 문화, 근대 장례식장의 변화가 여러 겹으로 쌓여 있습니다.국화는 처음부터 죽음의 꽃이 아니었습니다국화는 동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재배되고 감상된 가을꽃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문인 문화에서는 매화·난초·대나무와 ..

말·풍습·상징의 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