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규모와 진도는 왜 다를까? 구마모토 지진의 두 숫자 (매그니튜드, 흔들림, 측정 기준) 사진
지진 규모와 진도는 왜 다를까? 구마모토 지진의 두 숫자 (매그니튜드, 흔들림, 측정 기준) 사진

 

일본 지진 뉴스를 볼 때마다 '규모 7.3, 최대 진도 7'처럼 비슷한 숫자가 나란히 표시되어 늘 헷갈렸습니다. 둘 다 지진의 세기를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 굳이 규모와 진도를 따로 적는지 쉽게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학생 시절에는 태풍이 오면 학교를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태풍을 기다린 적도 있었습니다. 막상 약한 태풍이거나 영향권이 작아 그대로 등교하면 꽤 아쉬웠는데, 돌이켜 보면 자연재해를 실제 현상보다는 뉴스에 표시되는 등급과 숫자로 먼저 받아들였던 셈입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은 규모와 진도의 차이를 이해하기 좋은 사례입니다. 일본 기상청 기록에는 4월 14일 규모 6.5 지진과 약 28시간 뒤 규모 7.3 지진이 기록되어 있는데, 두 지진 모두 최대 진도는 7이었습니다.

규모와 진도는 애초에 서로 다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규모는 '이 지진 자체가 얼마나 큰 사건인가'를 나타내는 숫자이고, 진도는 '특정 장소에서 땅이 얼마나 강하게 흔들렸는가'를 나타내는 등급입니다. 하나의 지진을 공장에서 출발한 물건에 비유한다면 규모는 처음 출고된 물량이고, 진도는 각 지역에 실제로 도착한 양과 비슷한 차이가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진도라는 개념이 지진의 규모를 계기로 계산하는 방식보다 먼저 생활 속에서 쓰였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1884년 전국적인 진도 관측이 시작되었고, 1898년에는 0부터 6까지의 진도 체계가 마련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사람이 느낀 흔들림과 주변 상황을 바탕으로 판단했습니다.

 

반면 지진파 기록을 이용해 지진 자체의 크기를 비교하려는 매그니튜드 개념은 1930년대 찰스 리히터의 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결국 진도는 '여기에서 무엇이 느껴졌는가'라는 오래된 생활 관찰에서, 규모는 '서로 다른 지진을 객관적으로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라는 계기 관측의 필요에서 발전한 것입니다.

핵심 요약: 규모는 지진 자체의 크기를 비교하는 값이고, 진도는 특정 장소가 실제로 겪은 흔들림을 나타냅니다. 두 숫자는 같은 대상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측정하려는 대상이 다릅니다.

구마모토 지진은 왜 규모가 달라도 진도 7이었을까

2016년 4월 14일 21시 26분,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 지방에서 일본 기상청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구마모토현 마시키마치에서는 일본 기상청 진도계의 최고 단계인 진도 7이 관측되었습니다.

 

약 28시간 뒤인 4월 16일 1시 25분에는 같은 구마모토 지방에서 규모 7.3의 더 큰 지진이 발생했고, 구마모토현에서는 다시 진도 7이 관측되었습니다. 규모는 6.5에서 7.3으로 커졌지만 진도 숫자는 똑같이 7이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진도 7이 '규모 7 정도의 지진'이라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진도계는 0, 1, 2, 3, 4, 5약, 5강, 6약, 6강, 7의 10단계이며 7이 가장 높은 단계입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크기의 지진이라도 어떤 관측 지점의 흔들림이 최고 단계에 해당하면 모두 진도 7로 표시될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구마모토에서는 규모 6.5와 7.3 지진이 각각 발생했지만 두 경우 모두 최대 진도 7이 관측되었습니다. 진도 7은 지진의 규모가 아니라 해당 장소에서 측정된 흔들림의 최고 등급입니다.

매그니튜드는 지진 하나의 크기를 어떻게 숫자로 만들까

매그니튜드라고 부르는 규모는 자로 길이를 재듯 지진을 직접 측정해 얻는 값은 아닙니다. 여러 지진계가 기록한 지진파를 분석하고 거리 등에 따른 영향을 보정해 지진 발생원 자체의 크기를 계산합니다. 그래서 한 지역의 체감 정도가 아니라 지진 전체를 비교하는 데 적합합니다.

 

규모 숫자는 등간격의 단순한 점수가 아니라 로그 척도입니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1 증가하면 방출되는 지진 에너지는 약 32배가 됩니다. 이 관계로 계산하면 규모 6.5와 7.3은 숫자로는 0.8 차이지만 에너지 차이는 대략 16배에 이릅니다.

 

여기서 또 하나 주의할 점은 '매그니튜드' 자체에도 계산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 기상청은 주로 기상청 매그니튜드 Mj와 모멘트 매그니튜드 Mw를 사용하며 국제적으로 모든 기관이 하나의 계산법만 쓰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2016년 4월 16일 구마모토 지진은 일본 기상청 자료에서 M7.3으로 제시되지만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에서는 모멘트 규모 약 Mw7.0으로 제시되어, 출처와 규모 종류까지 함께 확인해야 숫자의 의미가 정확해집니다.

핵심 요약: 규모는 지진파를 이용해 지진 발생원 자체의 크기를 계산한 로그 척도입니다. 숫자 차이가 작아 보여도 에너지 차이는 매우 클 수 있으며, Mj와 Mw처럼 계산 방식에 따라서도 값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진도는 왜 같은 지진인데 동네마다 달라질까

하나의 지진에는 대표적인 규모가 정해지지만 진도는 관측 지점마다 따로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진원에서 멀어질수록 흔들림은 약해지지만 거리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지진파가 지나온 경로와 진원의 깊이, 지반과 지형 같은 조건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특히 연약한 지반은 흔들림이 커질 수 있어 같은 시 안에서도 관측 지점에 따라 진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본 기상청도 진도를 진도계가 설치된 바로 그 지점의 관측값으로 설명하며, 같은 시·정·촌 안에서도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고층 건물에서는 지표와 다른 방식으로 흔들림이 증폭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진도 역시 예전처럼 관측자가 주변 상황을 보고 즉석에서 정하는 등급은 아닙니다. 1996년 4월부터 체감 중심의 관측을 폐지하고 계측진도계로 자동 관측하며, 같은 해 10월에는 기존의 진도 5와 6을 각각 '약'과 '강'으로 세분해 현재의 10단계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핵심 요약: 진도는 지진의 이름표가 아니라 관측 지점의 흔들림 값입니다. 거리뿐 아니라 지반과 지형, 지진파의 특성에 따라 가까운 지역끼리도 서로 다른 진도가 기록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진도와 일본의 진도는 숫자만 비교하면 안 됩니다

한국 뉴스에 익숙하다면 일본의 '진도 7'을 한국의 진도 VII와 비슷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두 체계는 다릅니다. 한국 기상청은 수정 메르칼리 진도계급인 MMI를 사용해 로마숫자 I부터 XII까지 표시하고, 일본은 일본 기상청 고유의 10단계 진도계급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일본의 진도 7을 한국식 진도 VII로 그대로 바꾸어 읽을 수 없습니다. 두 체계는 흔들림과 피해를 표현하려는 목적은 비슷하지만 등급의 경계와 산정 방법이 같지 않습니다. 일본 지진 뉴스를 볼 때는 '일본 기상청 진도 7'이라는 하나의 고유한 등급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를 비슷한 감각으로 묶어 생각하곤 했지만 작동 원리는 전혀 다릅니다. 특히 지진은 태풍의 이동 경로처럼 일본 열도가 한국을 '방파제'처럼 막아 주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지진 뉴스에서는 어느 나라에서 발생했는지보다 규모와 진원 깊이, 거리, 각 지역 진도를 따로 읽는 습관이 더 중요합니다.

핵심 요약: 한국의 MMI 진도와 일본 기상청 진도는 서로 다른 등급 체계입니다. 일본의 진도 7과 한국의 진도 VII를 같은 값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지진 뉴스의 두 숫자를 읽는 순서

뉴스에 '규모 7.3, 최대 진도 7'이라고 나오면 먼저 규모 7.3을 통해 지진 자체가 어느 정도 크기의 사건이었는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이어 최대 진도 7은 관측 지역 가운데 가장 강하게 흔들린 곳에서 일본 기상청 최고 진도 단계가 기록되었다는 뜻으로 읽으면 됩니다.

 

내가 있는 지역의 위험을 알고 싶다면 최대 진도만 보는 것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같은 지진이라도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처럼 장소가 달라지면 진도가 달라지므로 실제로 확인해야 할 것은 해당 지역에서 발표된 진도입니다. 규모는 하나의 지진을 비교하는 숫자이고 진도는 내 위치와 연결되는 숫자인 셈입니다.

 

구마모토 지진에서 규모 6.5와 7.3이 모두 최대 진도 7이었다는 사실도 이 구분을 알고 나면 모순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일본 지진 뉴스에 숫자가 두 개씩 등장하는 이유부터 헷갈렸지만, 이제는 '지진 자체의 크기'와 '그 장소의 흔들림'이라는 두 질문이 한 화면에 함께 표시된 것이라고 보면 훨씬 간단합니다.

핵심 요약: 규모를 보면 지진 자체의 크기를, 진도를 보면 특정 장소가 겪은 흔들림을 알 수 있습니다. 지진 뉴스의 두 숫자는 경쟁하는 값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보를 보완하는 값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규모 7이면 진도도 7인가요?

아닙니다. 규모는 지진 자체의 크기이고 진도는 특정 장소의 흔들림이므로 숫자가 서로 맞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규모가 같아도 관측 장소에 따라 진도는 여러 단계로 나뉩니다.

구마모토에서는 왜 규모 6.5와 7.3이 모두 진도 7이었나요?

일본 기상청 진도 7이 진도계급의 최고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두 지진의 전체 규모는 달랐지만 각각의 지진에서 최고 단계에 해당하는 강한 흔들림이 관측된 지역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진도 7은 한국 진도 VII와 같은가요?

같지 않습니다. 일본은 일본 기상청 진도계급을 사용하고 한국은 수정 메르칼리 진도계급을 사용하므로 같은 숫자나 기호만 보고 직접 대응시키면 안 됩니다.

참고자료

일본 기상청 - 지진정보 등에 사용하는 매그니튜드에 대하여

일본 기상청 - 진도에 대하여

일본 기상청 - 기상업무의 역사

일본 기상청 오이타 지방기상대 - 2016년 구마모토 지진 개요

대한민국 기상청 - 규모와 진도 용어 설명

미국 지질조사국 - 지진 규모와 진도의 차이